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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쓸·신·막

   막 걸러도 쓸만한 신비로운 막걸리 상식

우리는 막걸리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막걸리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한 오래된 술이지만 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여기에서는 막걸리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막쓸신막 1

막걸리는 어떤 술일까

흐릴 탁 술 주

탁주는 소주나 청주처럼 투명하지 않고 우유처럼 흐리고 걸쭉한 술을 부르는 말입니다. 막걸리는 탁주(濁酒) 중에서도 도수가 낮고 맛과 향이 박한 술, 값이 싼 술이라는 의미에서 생긴 명칭입니다.

술은 빚을 때 거르는 방법에 따라 청주와 탁주로 나뉘는데, 청주를 떠내고 거른 탁주는 걸쭉하여 마시기에 불편하였으므로 물을 타서 양을 늘리고 도수를 낮추어 마시던 것이 막걸리였습니다. 하지만 막걸리라는 이름이 널리 퍼지면서 오늘날에는 탁주(고급 탁주)나 일반 탁주 모두 막걸리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대포(大匏) = 큰 바가지

근대에 접어들면서 현재 막걸리의 다른 이름으로 가장 사랑받는 것은 ‘대포(大匏)’입니다. 대포란 큰 바가지란 뜻입니다. 막걸리는 예전부터 도수가 낮아서 많이 마시게 되므로 배가 차는 술이었습니다. 그래서 별다른 안주 없이 큰 술잔에 마시는 습성이 있었다고 하는데, 여기에서 비롯된 이름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막걸리를 마시는 것을 ‘대포 한 잔한다’라고 합니다.

막걸리, 오랜 시간 함께해온 술

막걸리는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해온 술이기에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1924년에 발간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탁주라는 것은 막걸리라 하기도 하고, 탁백이라 하기도 하고, 막자라 하기도 하고, 큰 술이라 하기도 하나(하략)” 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당시에 막걸리를 부르는 여러 말입니다.

이외에도 한자식 표현으로 탁료(濁醪), 재주(滓酒), 회주(灰酒), 국주(國酒), 가주(家酒), 농주(農酒), 백주(白酒) 등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1924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1924

막쓸신막 2

막걸리의 여러 맛

막걸리는 단맛, 신맛, 떫은맛, 감칠맛, 청량한 맛, 구수한 맛 등 여러 가지 맛이 나는 술입니다.

단맛과 시금털털한 맛

막걸리의 맛 중 가장 강한 맛은 아마도 신맛과 단맛일 것입니다. 최근 젊은 여성들과 외국인들에게도 막걸리가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신맛과 단맛 덕분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본래의 막걸리는 단맛보다는 신맛이 강하고 텁텁하면서도 구수한, 시금털털한 맛의 술이었다고 합니다.

광복 이후 막걸리 맛의 변화

막걸리의 맛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광복 직후부터라고 합니다. 1950년대부터 밀가루를 술의 원료로 사용하면서 막걸리의 맛이 담백하면서도 신맛이 강하게 변하였다고 합니다.

오미자 막걸리 경주법주 유자막걸리 검은콩 막걸리

다양한 첨가물로
각양각색의 맛으로 변신하는 막걸리

한국전쟁 이후 막걸리의 주원료가 밀가루와 옥수수가루로 바뀌면서, 신맛이 많은 막걸리를 사람들이 외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막걸리에 전분당, 올리고당, 아스파탐 등을 넣어 단맛을 가미하게 되었습니다.

또 최근에는 오미자 막걸리, 인삼 막걸리, 유자 막걸리, 검은콩 막걸리, 더덕 막걸리 등 지방의 특산품과 어우러진 다양한 맛의 막걸리도 볼 수 있습니다.

막쓸신막 3

막걸리가 익는다

[출처 : 국립국악원]

막걸리는 기본적으로 발효주입니다. 쌀, 누룩, 물 등으로 술밑을 빚어서 발효와 숙성을 시켜서 만듭니다. 술이 익어가는 모습을 잠시 영상으로 보시겠습니다.

향파 이주홍 (1906~1987)

근대 아동문학을 이끈 작가 이주홍은
어린 시절 막걸리가 익어가는 것에 대해
그의 수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고두밥 고소한 향기

술을 빚기 위해 찹쌀로 고두밥을 쪄서 말릴 때가 어린 내게도 제일 기뻤다. 쫄깃 쫄깃 입 안에서 씹히는 고두밥의 촉감과 맛과 익은 쌀의 고소한 향기!

어머님의 얼굴

방아에다 누룩을 찧을 때의 어머니의 얼굴은 언제나 제신 앞에 임하는 그대로의 경건한 표정이었다.

[출처 : Youtube - Korean Rice Wine TV]

뽀그락 뽀그락

고두밥과 누룩 빻은 것을 따뜨무리한 물에 비벼 독에다 넣고 담요나 이불을 둘러놓으면 삼사 일이나 사오 일 뒤에 가서 매키한 주정냄새와 함께 뽀그락뽀그락 소리를 내며 술이 괸다.

방안 가득 술 냄새

온 방안을 채워 오는 향긋한 술냄새! 술을 발명한 조상의 신비가 살갗에 느껴지면서 오륙 일째가 되면 익은 정도를 보아서 처음으로 체에 걸러 시음에 들어간다.



최근에는 직접 막걸리를 만들어서 드시는 분들도 늘어가고 있답니다. 여러분들도 자신만의 막걸리를 빚어 보세요.

막쓸신막 4

막걸리의 다섯 가지 德

濁酒五德 탁주오덕

칼럼니스트 이규태 씨는
막걸리에 다섯 가지 덕이 있다고 했습니다.

첫 번째,
막걸리는 허기를 다스려 줍니다.

쌀을 주원료로 하는 술로, 다른 술에 비해서 걸쭉합니다. 다른 술에 비해서 한두 잔만 마셔도 배가 부른 술로 영양가도 매우 높은 술입니다. 막걸리의 사촌 격인 동동주에는 심지어 밥알이 동동 떠다니기도 합니다.

먹을 것이 귀했던 옛날, 이렇게 마시면 배가 부른 막걸리는 서민들에게 일거양득이 되는 좋은 술이었습니다.

두 번째,
취기를 심하게 하지 않습니다

막걸리는 도수가 6도 정도로 맥주와 비슷한 정도입니다. 그렇기에 적당하게 마시면 심하게 취하지 않는 술입니다.

세 번째,
추위를 덜어줍니다.

열량과 영양가가 높은 술인 막걸리는
취기와 열기가 느긋하게 오래 가기 때문에
추운 겨울에 추위를 덜어 준다고 합니다.

네 번째,
일하기 좋게 기운을 북돋아 줍니다.

막걸리는 노동의 술이자, 농사의 술이었습니다. 힘든 농사일 중에 점심 식사와 함께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은 잠시나마 우리의 기분을 좋게 해주었습니다. 도수가 높지도 않고, 일하는 도중에 마셔도 많이 취하지 않기 때문에 일을 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다섯 번째,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줍니다.

막걸리는 소통의 술입니다. 힘든 농사일이 있던 논밭에서나, 힘든 회사 일이 끝난 후 동료와의 대폿집에서나,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이야기하게 해주는 친구였습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사람들을 소통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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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씨앗, 누룩

KBS <한국인의 밥상>
“어머니가 피워낸 맛있는 곰팡이꽃 누룩”

누룩은 막걸리가 만들어지는 데 가장 중요한 원료입니다. 이른바 누룩은 ‘술의 씨앗’이라고 합니다.

누룩은 곡물을 빻아 물과 섞은 뒤 둥글거나 네모나게 형태를 잡아 따뜻한 곳에 두어 발효시킨 것으로, 누룩곰팡이와 효모가 번식하여 각종 효소를 생성·분비하는 발효제입니다.

전통적으로 민가에서는 온도와 습도가 높은 삼복더위에 누룩을 만들어 띄웠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누룩 제조공장이 생기면서 연중 생산하게 되었습니다.

[조선곡자주식회사 (일제강점기)]

[유천곡자제조주식회사 (일제강점기)]

1968년 국정홍보처에서 제작한 ‘산성마을사람들’이라는 문화영화에는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전통 방식의 누룩 생산 모습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다만 영상의 내용은 당시만 해도 민간에서 술을 빚는 것이 불법이었기 때문에
누룩을 만드는 주민들에게 다른 생업을 찾아준다는 내용입니다.

당시만 해도 민간에서 술을 빚는 것이 불법이었지만,
현재는 모두 합법화되어서 이곳에서 만든 누룩으로 막걸리도 생산되고 있습니다.